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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_ story

[코로나19/귀국 에피소드] 에피소드는 많았지만 운은 좋은 편이었다.

by 마이런던 2020. 7. 28.

3월 중순이 지나자 유럽 곳곳이 코로나19로 인해
몸살을 겪기 시작하더니
4월이 되면 한국으로 돌아갈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내 비행 일정은 4월 중순이었지만
불안감에 4월 초로 이미 귀국을 앞당겼던 차였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4월부터 모든 유럽 노선을 중단했고 내 마일리지 항공은 무쓸모가 되었다.
이 시점에 항공사에 화나는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바이러스로 인한 급박한 상황은 알겠지만
메일로 대체노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더니
어떤 최선도 느낄 수 없었고
내가 취소 하면 수수료를 그렇게 때가더니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환불 뿐이었다.

텅 빈 옥스퍼드 서커스
이 길이 이렇게 텅 빈 건 처음 본 광경이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아시아나 항공보다
더 심한 해외 항공사의 횡포에 몇달간 골머리를 앓았다.

나는 마일리지 항공으로 유럽왕복 티켓을 구입했는데
처음엔 2달 정도 일정이었기 때문에
런던이 아닌 다른 곳도 가려는 생각과
런던 왕복티켓이 수수료가 거의 두배는 비쌌기 때문에
(런던왕복 마일리지 티켓은 50마넌 넘게 세금을 내야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웃은 20만원대였다)
독일 아웃으로 티켓을 샀다.
한국으로 귀국을 하려면 무조건 프랑크푸르트를 거쳐야 했고 결국 코로나때문에 다른 곳은 엄두를 못내다가
한국 귀국행에 맞춰서 런던-프랑크푸르트 루프트한자 티켓을 구입 했다.

하지만 4월초 한국행은 취소되었고
3월 중순부터는 3월안에 유럽을 벗어나지 못하면
언제 귀국할수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밀려왔고
3월 말 편도 에티하드 항공 티켓을 120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에티하드 티켓을 산 이유는 한가지 뿐이었다.
그 때 나온 편도 티켓중에 가장 싼 표였다.
심지어 아부다비 15시간 경유임에도
나는 200마넌 가까운 돈은 주고 직항을 사는 건
미친짓이라 생각되었고 120만원정도가 마지노선이었다.
하지만 에티하드는 제법 큰 메이저 항공사임에도
내 출발날짜 전부터 몇몇 비행을 취소 시켰고
내가 출발하는 3일전 내가 탈 비행 편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유럽 운항을 하지않겠다고 공지를 냈다.
난 운이 좋아 막차를 잡아 탔구나 쪼그라든 심장을 부여잡으며 비행날짜를 불안하게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15시간 경유인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내가 아부다비에 경유하고 있는 동안
혹시라도 아부다비-인천 편이 취소가 된다면
나는 오도가도 못하는 그야말로 국제 미아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항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때 한국에 있던 남자친구가 에티하드 한국지점에 전화를 걸었줬지만 한시간이 넘도록 연결이 되지않았다. 나는 어쩔수 없이 에티하드 런던 지점으로 전화했다.
그때부터 귀를 쫑긋 세우며 영어 듣기 평가를 시작했다.
나는 영국인 상담사에게 내 항공편이 캔슬되진 않을지 혹시나 아부다비 경유중 한국행이 취소될일는 없는지에 대해 심도(?)있는 질문을 했다.
사실 심도있는 질문이 아니라 애원하듯이 물었다.
난 아부다비에서 국제 미아가 될까바 너무 불안하고 무섭다고 애원하듯이 물었고
애원하는 나도,듣고 있던 그녀도 이 어이없는 현실에
헛웃음을 터트리며 그녀는 나를 안심 시켰다.
그녀는 내 마음을 이해한다며 내 항공편이 취소된다해도 런던에서 취소 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I trust you”를 반복하며 통화를 마무리 했다.

결국 그녀의 말대로 난 출발 전날 체크인 후 취소당했다.

이 와중의 정신승리는 히드로 공항에 가서 취소 됐으면
또 그 큰짐을 들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공항에 가기전에 취소를 당한게 차라리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ㅠㅠ
그리고 바로 한국행 항공권을 서치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200만원짜기 대한항공 편도 항공편을
카드할인과 갖고있던 바우처까지 끌어모아
170만원에 구입했다.
결국 도착날짜는 15시간 경유편 에티하드항공편과
같은 날이었기때문에 그 편도편을 살 수 있었던건
행운이었다고 정신승리했다.

그 후 에티하드는 일방적인 취소였음에도
수수료를 내고 환불 받으라는 어이없는 얘기를 반복했고 루프트한자는 내가 예약한 시간 항공편이 취소되어 항공편 스케줄을 마음대로 계속 바꾸었다.
어짜피 런던-프랑크푸르크 편은 나에게 무쓸모였고
그 항공편을 환불불가 표였기때문에
자기들 마음대로 스케줄을 바꿨음에도 환불 불가라고 했다.

심지어 에티하드 항공은 서비스센터와 전화통화조차 쉽지않았는데 한국지사 직원과 겨우 통화가 된 후에
직원은 죄송하지만 본사의 지침이라는 말 뿐이었다.

그래도 나의 운빨은 죽지 않았는지
한 달후 에티하드는 유럽 발 항공권에 대해서만
수수료 없이 환불처리를 해주었고
(아직 3달째 돈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ㅠㅠ)
루프트한자도 환불을 해주었다.

170만원 짜리 편도 항공권의 억울함을 토로 할때마다
친구들은 무사히 돌아온 걸 다행으로 알라며
아니었음 런던에 갖혀 살았을거는 핀잔을 들었다.
오자마자 무료 코로나 검사와
으리으리한 하루 격리 시설에 감탄하며
한국은 선진국이었다며
처음으로 내 마음속에 숨어있던 애국심을 뿜어 냈다.

이 와중에 내가 얻은 교훈은
아무리 급해도 외국 항공사는 타지말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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