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유럽여행 후 귀국길이었다.
그때 나는 베를린 - 런던 으로 약간은 늦은 여름휴가였다.
정말 별 다른 에피소드 없이 평온하게 지나온 여행이었다.
그리고 귀국날짜가 다가올때쯤
한국에선 태풍때문에 난리라는 소식을 들었다.
약간의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내 귀국행 비행기가 설마 태풍으로
뜨지않는 불행이 오진 않겠지 생각했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 8시50분 비행기를 타기위해
짐을 챙기고 민박집에서 4시쯤 우버를 불렀다.
런던시내에서 히드로공항까진
차가 막히지않는다면 한시간정도 걸리는데
그때 난 텍스리펀을 꼭꼭 받아야 했기 때문에
적어도 3시간 전엔 도착하기위해서 일찍 나섰다.
밝게 웃으며 내 짐을 실어주는
백인 우버기사 아저씨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기사아저씨와 시덥잖은 농담을 나누며 공항으로 가는 길에
항공사로 부터 당혹스러운 알림문자가 왔다.
오늘 저녁 비행기가 한국 태풍때문에
11시간 가량 딜레이 됐다는 문자였다.
공항까진 40~50파운드정도 드는데
짐이 무거워 큰 맘 먹고 비싼돈 주고 우버까지 잡아 타고
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
다시 시내로 돌아갈수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당혹스러웠다.
기사아저씨에게 내 비행기가 미뤄졌다고
난 어디서 자야하냐고 하소연하듯 얘기했더니
아저씨는 갑자기 공항으로 가는길에
작은 모텔같은 호텔로 나를 인도했다.
난 당황하며 (심지어 그런 부탁을 한적도 없는데)
그냥 공항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잘 곳을 걱정했더니 저렴한 호텔로 데리고 온 모양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 카운터로 향했다.
나는 나름 비행기를 탈 일이 많아
아시아나 항공 다이아몬드 등급으로 올라간 터라
이코노미를 타지만 비지니스 카운터로 달려갔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비지니스 카운터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영국인 직원.
그녀는 나에게 비행기는 딜레이됐으니 넌 오늘 체크인을 할수 없다고
내가 알고 있는 내용만 반복해서 친절히 알려줬다.
나는 대체 어디서 자냐고 숙박제공 안되냐고
최대한 애처로워 보이는 표정으로 호소했지만
친절하고 단호하게 기상상황때문이라
숙박은 제공하지않는다고 했다.
좌절한 나는
"텍스리펀은 오늘 받아도 되나요?"
"아마도요. 내일은 더 붐빌지 모르니 오늘 받는게 낫겠네요."
그녀의 말만 믿고 난 텍스리펀부스 쪽으로 향했다.
보통때보다 텍스리펀부스로 가는 길은 무슨일인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서있었다.
나는 설마 이 많은 사람들이 텍스리펀을 기다리겠어 하는 마음으로 걸어갔다.
부스 근처에는 공항직원이 서있었다.
난 설마하는 마음으로 텍스리펀받으러 왔다고 말하자
그는 그 많은 사람들의 줄 끝 방향을 가리키며
쩌어기~ 가서 줄서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 긴 줄은 텍스리펀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었다.
이건 중국 침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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